심사평

 이육사문학관 공모전 출품작 82편 중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35편에 대한 평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형태는 변증법적 ‘앎’의 표현이다. 표현된 변증법적 ‘앎’이 정신이고, 정신은 원리적으로 대상과 분리될 수 없다. 대상은 실제적 사건을 의미하는 실재적 대상이다. 실재적 대상은 자연물 또는 수학적 기호나 문자를 제외한 인공물을 의미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수학적 기호나 문자를 실재적 대상으로 오해한다. 수학적 기호와 문자의 조합은 형태가 아니다. 문자는 기호이지 형태를 구성하는 특이성이 아닌 까닭이다. ‘이육사문학관’ 공모에 출품된 다수의 작품이 수학적 기호나 문자의 조합으로, 형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유감이다.

 형태는 대상에 대한 인식을 수반한다. 대상을 인식한다는 것은 부호화된 패턴, 즉 특이성을 매개로 대상을 아는 것이다. 가령 이육사를 인식한다는 것은 ‘이육사’를 의미하는 ‘특이성’을 매개로 ‘이육사’를 아는 것이다. 이육사의 문학을 인식한다는 것은 ‘이육사의 문학’을 의미하는 ‘특이성’을 매개로 ‘이육사의 문학’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이육사문학관’에서 공모한 ‘형태’를 평가한다는 것은 ‘이육사와 이육사의 문학’에 대한 변증법적 ‘앎’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변증법적 ‘앎’이 없는 형태는 가치가 없다.

 형태는 특이성의 조합이다. 특이성으로 조합된 형태는 자신과 자신을 구성하는 대상으로 해석되거나 해석과 구별된 보편 담론이 부가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이육사문학관’이 요구하는 형태는 ‘이육사와 이육사의 문학’에 대한 변증법적 ‘앎’이 형태의 해석에 부가될 개연성이 높은 형태다. 이는 디자인의 당위고, 요구에 대한 평가의 준거다.

 특이성이 조합되는 원리는 게슈탈트(대칭성, 단순성, 규칙성, 폐쇄성)와 비례다. 이는 형태의 조형성을 판단하는 준거다. 따라서 작품은 ①조형성 부응 정도, ②형태의 조건에 부응 여부, ③요구의 부응 정도 순으로 평가한다. 평가의 핵심은 ③요구의 부응 정도고, 다음이 ②형태의 조건에 부응 여부, 마지막으로 ①조형성 부응 정도다. 디자인에서 조형은 ③에 의해 결정되고, ①은 ③의 의도적인 수정과 작도의 개념이다. 디자인 조형은 ③과 ①의 상호작용이다. 원리적으로 ③과 ①은 분리될 수 없지만, 평가를 위해 분리함을 밝힌다.

 35편 중에서 ①에 의해 선정된 것이 박진영, 이하늘보라, 박만수, 윤소연, 한혜주의 작품이다. 그 중에서 ②에 의해 박진영, 박만수, 이하늘보라, 윤소연의 작품을 가려 뽑았다. 그 가운데 ‘이육사문학관’이 ③요구하는 조건(이육사와 이육사의 문학)을 어느 정도 충족한 것은 박진영의 작품이다. 박진영의 작품은 좋은 형태로서 게슈탈트고, 형태는 사람과 근접한 원들 사이의 착시에 의한 포도나무(부분성)와 지평선-광야(전체성) 등으로 해석됨과 동시에 이육사(사람)와 이육사(사람)의 문학(지평선-광야-청포도)이 형태의 해석에 부가되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박진영의 작품을 대상작으로, 이하늘보라, 박만수, 윤소연, 한혜주의 작품을 각각 우수작으로 뽑는다.

 아쉽지만, 이육사문학관 공모전 출품작들은 전체적으로 형태의 조건과 조형성 그리고 이육사문학관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상작을 포함해 다섯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수상자들의 성장 가능성을 존중하고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그것은 어두운 시대 ‘광야’에서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린 이육사의 정신에 부응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육사와 이육사의 정신과 문학을 사랑한다.

고 재 성

안동대학교 공과대학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