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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이육사문학관'서 일어통역 봉사하는 딸 이옥비씨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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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하 작성일09-03-01 10:07 조회2,9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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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이육사문학관'서 일어통역 봉사하는 딸 이옥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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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문학관'에서 일어통역원으로 일하고 있는 육사의 딸인 이옥비씨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자료를 정리해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요즘처럼 아버지를 가까이 느낀 적이 없어요."

지난 3월부터 안동시 도산면 '이육사문학관'에서 일어통역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옥비(67·여)씨.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1904~1944)의 딸인 이씨는 문학관 뒤편 육우당(六友堂·육사의 생가 모형) 마루에 앉아 아버지를 회상했다.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돼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며 수인번호 '264'에서 '육사(陸史)'란 호를 지은 아버지처럼 이씨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제가 백일되던 날 아버지가 직접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비옥할 옥(沃)자에 아닐 비(非)자를 쓰지요. 소박하게 살고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뜻을 담았다는 게 아버지의 말씀이셨다고 하더군요."

8·15 광복을 7개월 앞둔 1944년 1월 육사는 중국 베이징 주재 일본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다. 이씨가 네 살 때였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요. 아이보리색 양복을 입으셨다는 것만 어렴풋하게 기억이 날 뿐이지요." 서울에서 태어난 이씨는 대구 동인초교, 제일여중, 대구여고, 경북여자사범대를 졸업했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매사에 정확한 분이었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더군요." 그러면서도 따사로운 마음을 지닌 분이었다는 게 이씨의 귀띔이다. "폐가 좋지 않아 아버지는 집에서도 입마개를 쓰셨다고 하더군요. 삼촌들이 '형제끼린 데 괜찮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병균을 옮겨주면 안 된다'며 계속 입마개를 하셨답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엔 아버지와 교유했던 조지훈 시인 등이 집을 찾아와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어떤 분은 아버지를 '총의 명수'라고 말씀하셨어요. 말을 타고 달리면서 총을 쏘더라도 백발백중이었대요." 육사가 쓴 시를 비롯한 소중한 자료들이 6·25 당시 폭탄을 맞아 소실된 것을 이씨는 지금도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 영향으로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이씨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어를 배웠다. 꽃꽂이 경력이 40년이 넘고, 어머니로부터 솜씨를 물려받은 궁중요리에도 일가를 이루고 있다.

99년 남편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이씨는 일본행을 택했다. 이씨는 말을 아꼈지만 사랑했던 남편이 갑자기 숨진 후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해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 일본 니가타(新潟)의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이씨는 일본 사람들에게 꽃꽂이와 김치 담그는 법, 궁중요리 등을 가르쳤다. 육사가 그렇게도 극복하려 했던 일본에서, 육사의 딸이 6년을 살았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2년 전 일본 생활을 접고 귀국한 이씨는 김휘동 안동시장의 제안을 받고 이육사문학관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다. 문학관에서 7개월여 근무한 이씨는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어렸을 때엔 독립운동가로, 시인으로 아버지가 제게 안겨준 무게 때문에 힘들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문학관에서 일하면서 더욱 가까이 아버지를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씨는 육사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마땅하지 않고 식당도 없어 문학관을 찾는 손님들의 불편이 많아요.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이씨는 아버지가 남긴 시 중 '청포도'와 '광야'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청포도'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좋고, '광야'는 항일운동에 목숨을 바친 아버지의 꿋꿋한 의지를 느낄 수 있어 좋아합니다."

글·사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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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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