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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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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감상

흣트러진 갈기
후주군한 눈
밤송이 가튼 털
오! 먼길에 지친 말
채죽에 지친 말이여!

수굿한 목통
축-처진 꼬리
서리에 번적이는 네굽
오! 구름을 헷치려는 말
새해에 소리칠 힌말이여!

< 출전 : 『朝鮮日報』(1930. 1. 3) >
黃昏(황혼)
내 골ㅅ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黃昏)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메기들 같이도
인간(人間)은 얼마나 외로운것이냐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鍾)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
쎄멘트 장판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
의지할 가지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
『아프리카』 녹음(綠陰)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
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五月)의 골ㅅ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黃昏)아 내일(來日)도 또 저-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정정(情情)히 사라지긴 시내ㅅ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五月의 病床에서-
<출전 : 『新朝鮮』(1935. 12)>
失題 (실제)
하늘이 높기도 하다
고무 풍선 같은 첫겨울 달을
누구의 입김으로 불어 올렸는지?
그도 반넘어 서쪽에 기울어졌다

행랑 뒤골목 호젓한 상술집엔
팔려 온 냉해지(冷害地) 처녀(處女)를 둘러싸고
대학생(大學生)의 지질숙한 눈초리가
사상선도(思想善導)의 염탐꾼 밑에 떨고 있다

『라듸오』의 수양강화(修養講話)가 끝이 났는지?
마-장 구락부(俱樂部) 문(門)간은 하품을 치고
『빌딍』 돌담에 꿈을 그리는 거지새끼만
이 도시(都市)의 양심(良心)을 지키나 보다

바람은 밤을 집어삼키고
아득한 까스 속을 흘러서 가니
거리의 주인공(主人公)인 해태의 눈깔은
언제나 말갛게 푸르러 오노 (十二月初夜)

(十二月初夜)
<출전: 『新朝鮮』(1936.1)>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
한개의 별을 노래하자 꼭 한 개의 별을

십이성좌(十二星座) 그 숱한 별을 어찌나 노래하겠니

꼭 한 개의 별! 아침 날 때 보고 저녁 들 때도 보는 별
우리들과 아-주 친(親)하고 그 중 빛나는 별을 노래하자
아름다운 미래(未來)를 꾸며 볼 동방(東方)의 큰 별을 가지자

한 개의 별을 가지는 건 한 개의 지구(地球)를 갖는 것
아롱진 설움밖에 잃을 것도 없는 낡은 이 땅에서
한 개의 새로운 지구(地球)를 차지할 오는 날의 기쁜 노래를
목안에 핏대를 올려가며 마음껏 불러 보자

처녀의 눈동자를 느끼며 돌아가는 군수야업(軍需夜業)의 젊은 동무들
푸른 샘을 그리는 고달픈 사막(沙漠)의 행상대(行商隊)도 마음을 축여라
화전(火田)에 돌을 줍는 백성(百姓)들도 옥야천리(沃野里)를 차지하자

다 같이 제멋에 알맞는 풍양(豊穰)한 지구(地球)의 주재자(主宰者)로
임자 없는 한 개의 별을 가질 노래를 부르자

한 개의 별 한 개의 지구(地球) 단단히 다져진 그 땅 위에
모든 생산(生産)의 씨를 우리의 손으로 휘뿌려 보자
영속(▩粟)처럼 찬란한 열매를 거두는 찬연(餐宴)엔
예의에 끄림없는 반취(半醉)의 노래라도 불러 보자

염리한 사람들을 다스리는 신(神)이란 항상 거룩합시니
새 별을 찾아가는 이민들의 그 틈엔 안 끼여 갈 테니
새로운 지구(地球)엔 단죄(罪) 없는 노래를 진주(眞珠)처럼 흩이자

한개의 별을 노래하자. 다만 한 개의 별일망정
한 개 또 한 개의 십이성좌(十二星座) 모든 별을 노래하자

<출전 - 『風林』(1936.12)>
海潮詞(해조사)
동방(洞房)을 찾아드는 신부(新婦)의 발자취같이
조심스리 걸어오는 고이한 소리!
해조(海潮)의 소리는 네모진 내 들창을 열다.
이 밤에 나를 부르는 이 없으련만?

남생이 등같이 외로운 이 서-ㅁ 밤을
싸고 오는 소리! 고이한 침략자(侵略者)여!
내 보고(寶庫)를, 문을 흔드는 건 그 누군고?
영주(領主)인 나의 한 마디 허락도 없이,
<코-가사스> 평원(平原)을 달리는 말굽 소리보다
한층 요란한 소리! 고이한 약탈자(略奪者)여!

내 정열(情熱)밖에 너들에 뺏길 게 무엇이료.
가난한 귀향살이 손님은 파리하다.

올 때는 왜 그리 호기롭게 몰려 와서
너들의 숨결이 밀수자(密輸者)같이 헐데느냐
오- 그것은 나에게 호소(呼訴)하는 말 못할 울분(鬱憤)인가?
내 고성(古城)엔 밤이 무겁게 깊어가는데.

쇠줄에 끌려 걷는 수인(囚人)들의 무거운 발소리!
옛날의 기억(記憶)을 아롱지게 수(繡)놓는 고이한 소리!
해방(解放)을 약속(約束)하든 그날 밤의 음모(陰謀)를
먼동이 트기 전 또다시 속삭여 보렴인가?

검은 벨을 쓰고 오는 젊은 여승(女僧)들의 부르짖음
고이한 소리! 발밑을 지나며 흑흑 느끼는건
어느 사원(寺院)을 탈주(脫走)해 온 어여쁜 청춘(靑春)의 반역(反逆)인고?
시들었던 내 항분(亢奮)도 해조(海潮)처럼 부풀어 오르는 이 밤에

이 밤에 날 부를 이 없거늘! 고이한 소리!
광야(廣野)를 울리는 불 맞은 사자(獅子)의 신음(呻吟)인가?
오 소리는 장엄(莊嚴)한 네 생애(生涯)의 마지막 포호(咆哮)!
내 고도(孤島)의 매태 낀 성곽(城郭)을 깨뜨려 다오!

산실(産室)을 새어나는 분만(分娩)의 큰 괴로움!
한밤에 찾아올 귀여운 손님을 맞이하자
소리! 고이한 소리! 지축(地軸)이 메지게 달려와
고요한 섬 밤을 지새게 하는고녀.

거인(巨人)의 탄생(誕生)을 축복(祝福)하는 노래의 합주(合奏)!
하늘에 사무치는 거룩한 기쁨의 소리!
해조(海潮)는 가을을 불러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잠드는 넋을 부르다. 오- 해조(海潮)! 해조(海潮)의 소리!

<출전: 『風林』(1937. 4)>
路程記(노정기)
목숨이란 마치 깨여진 배쪼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을이 구죽죽한 어촌(漁村)보담 어설프고
삶의 틔끌만 오래묵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였다.

남들은 기뻤다는 젊은 날이었것만
밤마다 내 꿈은 서해(西海)를 밀항(密航)하는 「짱크」와 같애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프러 올랐다.

항상 흐렸한밤 암초(暗礁)를 벗어나면 태풍(颱風)과 싸워가고
전설(傳說)에 읽어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십자성(南十字星)이 비쳐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길래
그리운 지평선(地平線)을 한숨에 기오르면
시궁치는 열대식물(熱帶植物)처럼 발목을 오여쌋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이냐
다 삭아빠즌 소라 깍질에 나는 붙어 왔다.
머-ㄴ 항구(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生活)을 드려다보며

<출전 : 『子午線』(1937. 12)>
草家(초가)
구겨진 하늘은 묵은 얘기책을 편 듯
돌담울이 고성(古城)같이 둘러싼 산(山)기슭
박쥐 나래 밑에 황혼(黃昏)이 묻혀오면
초가(草家) 집집마다 호롱불이 켜지고
고향(故鄕)을 그린 묵화(墨畵) 한 폭 좀이 쳐.

띄엄띄엄 보이는 그림 조각은
앞밭에 보리밭에 말매나물 캐러 간
가시내는 가시내와 종달새 소리에 반해
빈 바구니 차고 오긴 너무도 부끄러워
술레짠 두 뺨 위에 모매꽃이 피었고.

그네 줄에 비가 오면 풍년(豊年)이 든다더니
앞내강(江)에 씨레나무 밀려나리면
젊은이는 젊은이와 뗏목을 타고
돈 벌러 항구(港口)로 흘러 간 몇 달에
서릿발 잎져도 못 오면 바람이 분다.

피로 가꾼 이삭에 참새로 날아가고
곰처럼 어린 놈이 북극(北極)을 꿈꾸는데
늙은이는 늙은이와 싸우는 입김도

벽에 서려 성애 끼는 한겨울 밤은
동리(洞里)의 밀고자(密告者)인 강(江)물조차 얼붙는다.

- 幽廢된 地域에서- <출전 : 『批判』(1938. 4)>
江 건너간 노래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밤
앞 내ㅅ강(江)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江)건너 갔소

강(江)건너 하늘끝에 사막(沙漠)도 다은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러서 갔소

못잊을 계집애나 집조차 없다기
가기는 갔지만 어린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ㅅ불에 떨어져 타 죽겠소.

사막(沙漠)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ㅅ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가락 여기두고 또 한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江)건너 갔소.

<출전: 『批判』(1938. 7)>
小公園(소공원)
한낮은 햇발이

백공작(百孔雀) 꼬리 위에 함북 퍼지고

그넘에 비둘기 보리밭에 두고 온
사랑이 그립다고 근심스레 코고을며

해오래비 청춘(靑春)을 물가에 흘려 보냈다고
쭈그리고 앉아 비를 부르건마는

흰 오리 떼만 분주히 미끼를 찾아
자무락질치는 소리 약간 들리고

언덕은 잔디밭 파라솔 돌리는 이국소년(異國少年) 둘
해당화(海棠花) 같은 뺨을 돌려 망향가(望鄕歌)도 부른다.

<출전 : 『批判』(1938. 9)>
鴉片(아편)
나릿한 남만(南蠻)의 밤
반제(蟠祭)의 두레ㅅ불 타오르고

옥(玉)돌보다 찬 넋이 있어
홍역(紅疫)이 만발하는 거리로 쏠려

거리엔 「노아」의 홍수(洪水) 넘쳐나고
위태한 섬우에 빛난 별하나

너는 고 알몸동아리 향기(香氣)를
봄바다 바람 실은 돛대처럼 오라

무지개같이 황홀(恍惚)한 삶의 광영(光榮)
죄(罪)와 곁드려도 삶즉한 누리.

<출전 : 『批判』(1938. 11)>
年譜 (년보)
너는 돌다리ㅅ목에 줘왔다.」던
할머니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

나는 진정 강(江)언덕 그 마을에
벌어진 문바지였는지 몰라

그러기에 열여덟 새봄은
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

첫사랑이 흘러간 항구(港口)의 밤
눈물 섞어 마신술 피보다 달더라

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
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

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길우에
간(肝)잎만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

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해도
쇠사슬을 잡어맨듯 무거워졌다

눈우에 걸어가면 자욱이 지리라고
때로는 설레이며 바람도 불지

<출전: 『詩學』(1939. 3)>
南漢山城 (남한산성)
넌 제왕(帝王)에 길들인 교룡(蛟龍)
화석(化石)되는 마음에 이끼가 끼여

승천(昇天)하는 꿈을 길러 준 열수(洌水)
목이 째지라 울어예가도

저녁 놀빛을 걷어 올리고
어데 비바람 있음즉도 안 해라

<출전 : 『비판』(1939.3) >
湖水 (호수)
내여달리고 저운 마음이련만은
바람 씼은듯 다시 명상(瞑想)하는 눈동자

때로 백조(白鳥)를 불러 휘날려보기도 하것만
그만 기슭을 안고 돌아누어 흑흑 느끼는 밤

희미한 별 그림자를 씹어 놓이는 동안
자주ㅅ빛 안개 가벼운 명모(暝帽)같이 나려씨운다

<출전: 『詩學』(1939.6)>
靑葡萄 (청포도)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출전: 『文章』(1939. 8)>
絶頂 (절정)
매운 계절(季節)의 채쭉에 갈겨
마츰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리빨 칼날진 그우에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출전 : 『文章』(1940. 1)>
班猫 (반묘)
어느 사막(沙漠)의 나라 유폐(幽閉)된 후궁(後宮)의 넋이기에
몸과 마음도 아롱져 근심스러워라.

칠색(七色) 바다를 건너서 와도 그냥 눈동자(瞳子)에
고향의 황혼(黃昏)을 간직해 서럽지 안뇨.

사람의 품에 깃들면 등을 굽히는 짓새
산맥(山脈)을 느낄사록 끝없이 게을너라.

그 적은 포효(咆哮)는 어느 조선(祖先)때 유전(遺傳)이길래
마노(瑪瑙)의 노래야 한층 더 잔조우리라.
그보다 뜰안에 흰나비 나즉이 날라올땐
한낮의 태양(太陽)과 튜립 한송이 지컴직하고

<출전 : 『人文評論』(1940. 3)>
광인의 태양
분명 라이풀 선(線)을 튕겨서 올라
그냥 화화(火華)처럼 살아서 곱고

오랜 나달 연초(煙硝)에 끄스른
얼굴을 가리션 슬픈 공작선(孔雀扇)

거칠은 해협(海峽)마다 흘긴 눈초리
항상 요충지대(要衝地帶)를 노려가다

<출전 : 『朝鮮日報』(1940. 4. 27)>
日蝕 (일식)
쟁반에 먹물을 담아 햇살을 비쳐본 어린날
불개는 그만 하나밖에 없는 내 날을 먹었다

날과 땅이 한줄우에 돈다는 고순간(瞬間)만이라도
차라리 헛말이기를 밤마다 정녕 빌어도 보았다

마침내 가슴은 동굴(洞窟)보다 어두워 설래인고녀
다만 한 봉오리 피려는 장미(薔薇) 벌레가 좀치렸다

그래서 더 예쁘고 진정 덧없지 아니하냐
또 어데 다른 하늘을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

××에게 주는
<출전 : 『文章』(1940. 5)>
喬木 (교목)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셔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어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내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속 깊이 거꾸러저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 SS에게 ----
<출전 : 『人文評論』(1940. 7)>
西風 (서풍)
서리 빛을 함북 띠고
하늘 끝없이 푸른 데서 왔다.

강(江)바닥에 깔여 있다가
갈대꽃 하얀우를 스처서.

장사(壯士)의 큰 칼집에 숨여서는
귀향가는 손의 돋대도 불어주고.

젊은 과부의 뺨도 히든날
대밭에 벌레소릴 갓구어놋코.

회한(悔恨)을 사시나무 잎처럼 흔드는
네오면 불길(不吉)할것 같어 좋와라.

<출전 : 『三千里』(1940. 10)>
獨白 (독백)
운모(雲母)처럼 희고 찬 얼굴
그냥 주검에 물든줄 아나
내 지금 달아래 서서 있네

돛대보다 높다란 어깨
얕은 구름쪽 거미줄 가려
파도나 바람을 귀밑에 듣네

갈메긴양 떠도는 심사
어데 하난들 끝간델 아리
으릇한 사념(思念)을 기폭(旗幅)에 흘리네

선창(船窓)마다 푸른막 치고
초ㅅ불 향수(鄕愁)에 찌르르 타면
운하(運河)는 밤마다 무지개 지네

박쥐같은 날개나 펴면
아주 흐린날 그림자속에
떠서는 날잖는 사복이 됨세

닭소리나 들리면 가랴
안개 뽀얗게 나리는 새벽
그곳을 가만히 나려서 감세

<출전 : 『人文評論』(1941. 1)>
子夜曲 (자야곡)
수만호 빛이래야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나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살이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최소리

숨막힐 마음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느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듸찬 강맘에 드리느라

수만호 빛이랴야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러라.

출전 : 『文章』(1941. 4)
娥眉 (아미)
-- 구름의 伯爵夫人 --

향수(鄕愁)에 철나면 눈섶이 기난이요
바다랑 바람이랑 그 사이 태여 났고
나라마다 어진 풍속에 자랐겠죠.

짓푸른 깁장(帳)을 나서면 그 몸매
하이얀 깃옷은 휘둘러 눈부시고
정녕 「왈츠」라도 추실란 가봐요.

해ㅅ살같이 펼쳐진 부채는 감춰도
도톰한 손껼 교소(驕笑)를 가루어서
공주의 홀(笏)보다 깨끗이 떨리오.

언제나 모듬에 지쳐서 돌아오면
꽃다발 향기조차 기억만 새로워라
찬젓때 소리에다 옷끈을 흘려보내고.

초ㅅ불처럼 타오르는 가슴속 사념(思念)은
진정 누구를 애끼시는 속죄(贖罪)라오
발아래 가득히 황혼이 나우리치오

달빛은 서늘한 원주(圓柱)아래 듭시면
장미(薔薇)쩌 이고 장미쪄 흩으시고
아련히 가시는곳 그 어딘가 보이오.

<출전 : 『文章』(1941. 4)>
서울
어떤 시골이라도 어린애들은 있어 고놈들 꿈결조차 잊지못할 자랑속에 피어나 황홀하기 薔薇빛 바다였다.

밤마다 夜光들의 고운 불 아래 모여서 영화로운 잔치와 쉴새없는 諧調에 따라 푸른 하늘을 꾀했다는 이야기.

왼 누리의 심장을 거기에 느껴 보겠다고 모든 길과 길들 핏줄같이 엉클여서 驛마다 느릅나무가 늘어서고

긴 세월이 맴도는 그판에 고추 먹고 뱅―뱅 찔레 먹고 뱅―뱅 넘어지면 「맘모스」의 骸骨처럼 흐르는 憐光 길다랗게.

개아미 마치 개아미다 젊은 놈들 겁이 잔뜩 나 참아 참아하는 마음은 널 원망에 비겨 잊을 것이었다 깍쟁이.

언제나 여름이 오면 황혼의 이 뿔따귀 저 뿔따귀에 한 줄식 걸처매고 짐짓 창공에 노려대는 거미집이다 텅 비인.

제발 바람이 세차게 불거든 케케묵은 먼지를 눈보라마냥 날려라 녹아 내리면 개천에 고놈 살모사들 승천을 할는지.

출전 : 『文章』(1941. 4)
芭蕉(파초)
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銀)빛 물결에 뜨나니

파초(芭蕉)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추겨주렴

그 옛적 『사라센』의 마즈막 날엔
기약(期約)없이 흩어진 두낱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女人)들의 잡아 못논 소매끝엔
고은 손금조차 아즉 꿈을 짜는데

먼 성좌(星座)와 새로운 꽃들을 볼때마다
잊었던 계절(季節)을 몇번 눈우에 그렷느뇨

차라리 천년(千年)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비ㅅ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여지세

출전 : 『春秋』(1941. 12)
曠野(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脉)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 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여선 지고
큰 강(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쓴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約束)이며!

한 바다복판 용솟음 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출전 : 『自由新聞』(1945. 12. 17)
少年에게
차듸찬 아침이슬
진주가 빛나는 못가
연(蓮)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少年)아 네가 낳다니
맑은 넋에 깃드려
박꽃처럼 자랐세라

큰강(江) 목놓아 흘러
여을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夕陽)을 새기고

너는 준마(駿馬) 달리며
죽도(竹刀) 져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 단여도
분수(噴水)있는 풍경(風景)속에
동상답게 서봐도 좋다

서풍(西風) 뺨을 스치고
하늘 한가 구름 뜨는곳
희고 푸른 지음을 노래하며

그래 가락은 흔들리고
별들 춥다 얼어붙고
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출전 : 『陸史詩集』(李源朝 편, 서울출판사, 1946)
나의뮤-즈
아주 헐벗은 나의 뮤―즈는
한번도 기야 싶은 날이 없어
사뭇 밤만을 왕자(王者)처럼 누려 왔소

아무것도 없는 주제였만도
모든것이 제것인듯 뻐틔는 멋이야
그냥 인드라의 영토(領土)를 날라도 단인다오

고향은 어데라 물어도 말은 않지만
처음은 정녕 북해안(北海岸) 매운 바람속에 자라
대곤(大鯤)을 타고 단였단것이 일생(一生)의 자랑이죠

계집을 사랑커든 수염이 너무 주체스럽다도
취(醉)하면 행랑 뒤ㅅ골목을 돌아서 단이며
복보다 크고 흰 귀를 자조 망토로 가리오

그러나 나와는 몇 천겁(千劫) 동안이나
바루 비취(翡翠)가 녹아 나는듯한 돌샘ㅅ가에
향연(饗宴)이 벌어지면 부르는 노래란 목청이 외골수요
밤도 시진하고 닭소래 들릴 때면
그만 그는 별 계단(階段)을 성큼성큼 올러가고
나는 초ㅅ불도 꺼져 백합(百合)꽃 밭에 옷깃이 젖도록 잤소

출전 : 『陸史詩集』(李源朝편, 서울출판사, 1946)
邂逅(해후)
모든 별들이 비취계단(翡翠階段)을 나리고 풍악소래 바루 조수처럼 부푸러 오르던 그밤 우리는 바다의 전당(殿堂)을 떠났다

가을 꽃을 하직하는 나비모냥 떨어져선 다시 가까이 되돌아 보곤 또 멀어지던 흰 날개우엔 볕ㅅ살도 따겁더라

머나먼 기억(記憶)은 끝없는 나그네의 시름속에 자라나는 너를 간직하고 너도 나를 아껴 항상 단조한 물껼에 익었다

그러나 물껼은 흔들려 끝끝내 보이지 않고 나조차 계절풍(季節風)의 넋이 가치 휩쓸려 정치못 일곱 바다에 밀렸거늘

너는 무삼 일로 사막(沙漠)의 공주(公主)같아 연지(脂)찍은 붉은 입술을 내 근심에 표백(漂白)된 돛대에 거느뇨 오―안타까운 신월(新月)

때론 너를 불러 꿈마다 눈덮인 내 섬속 투명(透明)한 영락(玲珞)으로 세운 집안에 머리 푼 알몸을 황금(黃金) 항쇄(項鎖) 족쇄(足鎖)로 매여 두고

귀ㅅ밤에 우는 구슬과 사슬 끊는 소리 들으며 나는 일흠도 모를 꽃밭에 물을 뿌리며 머―ㄴ 다음 날을 빌었더니

꽃들이 피면 향기에 취(醉)한 나는 잠든 틈을 타 너는 온갖 화판(花瓣)을 따서 날개를 붙이고 그만 어데로 날러 갔더냐

지금 놀이 나려 선창(船窓)이 고향(故鄕)의 하늘보다 둥글거늘 검은 망토를 두르기는 지나간 세기(世紀)의 상장(喪章)같애 슬프지 않은가

차라리 그 고은 손에 흰 수건을 날리렴 허무(虛無)의 분수령(分水嶺)에 앞날의 기(旗)빨을 걸고 너와 나와는 또 흐르자 부끄럽게 흐르자

출전 : 『陸史詩集』(李源朝 편, 서울출판사, 1946)
春愁三題(춘수삼재)
1 이른 아침 골목길을 미나리 장수가 길게 외고 갑니다.
할머니의 흐린 동자(瞳子)는 창공(蒼空)에 무엇을 달리시는지,
아마도 ×에 간 맏아들의 입맛(味覺)을 그려나보나 봐요.

2 시냇가 버드나무 이따금 흐느적거립니다,
표모(漂母)의 방망이 소린 왜 저리 모날까요,
쨍쨍한 이 볕살에 누더기만 빨기는 짜증이 난 게죠.

3 빌딩의 피뢰침(避雷針)에 아즈랑이 걸려서 헐떡거립니다,
돌아온 제비떼 포사선(抛射線)을 그리며 날려재재거리는 건,
깃들인 옛집터를 찾아 못 찾는 괴롬 같구려

四月五日 <출전: 『新朝鮮』(1935. 6)>
바다의 마음
물새 발톱은 바다를 할퀴고
바다는 바람에 입김을 분다.
여기 바다의 은총(恩寵)이 잠자고잇다.

흰 돛(白帆)은 바다를 칼질하고
바다는 하늘을 간질여 본다.
여기 바다의 아량(雅量)이 간직여 있다.

낡은 그물은 바다를 얽고
바다는 대륙(大陸)을 푸른 보로 싼다.
여기 바다의 음모(陰謀)가 서리어 있다

八月二十三日
편복
광명(光明)을 배반(背反)한 아득한 동굴(洞窟)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城砦)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어둠에 왕자(王者)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고(庫)간으로 도망했고
대붕(大鵬)도 북해(北海)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世紀)에 상장(喪裝)이 갈갈이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같은 사랑을 한 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쥐여! 고독(孤獨)한 유령(幽靈)이여!

앵무와 함께 종알대어 보지도 못하고
딱짜구리처럼 고목(古木)을 쪼아 울리도 못 하거니
만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遺傳)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주교(呪交)일사 못 외일 고민(苦悶)의 이빨을 갈며
종족(種族)과 홰를 잃어도 갈 곳조차 없는
가엾은 박쥐여! 영원(永遠)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제 정열(情熱)에 못 이겨 타서 죽는 불사조(不死鳥)는 아닐망정
공산(空山)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杜鵑)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심금(心琴)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간(肝)을 노려도봤을
너의 머―ㄴ 조선(祖先)의 영화(榮華)롭던 한시절 역사(歷史)도
이제는「아이누」의 가계(家系)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박쥐여! 멸망(滅亡)하는 겨레여!
운명(運命)의 제단(祭壇)에 가늘게 타는 향(香)불마자 꺼젓거든
그많은 새즘승에 빌붓칠 애교(愛嬌)라도 가젓단말가?
상금조(相琴鳥)처럼 고흔 뺨을 채롱에 팔지도 못하는 너는
한토막 꿈조차 못꾸고 다시 동굴(洞窟)로 도라가거니
가엽슨 빡쥐여! 검은 화석(化石)의 요정(妖精)이여!
山(산)
바다가 수건을 날여 부르고
난 단숨에 뛰여 달여서 왔겠죠
천금(千金)같이 무거운 엄마의 사랑을
헛된 항도(航圖)에 역겨 보낸날

그래도 어진 태양(太陽)과 밤이면 뭇별들이
발아래 깃드려 오고

그나마 나라나라를 흘러 다니는
뱃사람들 부르는 망향가(望鄕歌)

그야 창자를 끊으면 무얼하겠오
畵題(화제)
도회(都會)의 검은 능각(稜角)을 담은
수면(水面)은 이랑이랑 떨여
하반기(下半旗)의 새벽같이 서럽고
화강석(花崗石)에 어리는 기아(棄兒)의 찬꿈
물풀을 나근나근 빠는
담수어(淡水魚)의 입맛보다 애닲어라
잃어진 故鄕(고향)
제비야
너도 고향(故鄕)이 있느냐
그래도 강남(江南)을 간다니
저노픈 재우에 힌 구름 한쪼각

제깃에 무드면
두날개가 촉촉이 젓겠구나

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
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가렴

불행(不幸)이 사막(沙漠)에 떠러져 타죽어도
아이서려야 않겠지

그야 한떼 나라도 홀로 높고 빨라
어느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

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
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법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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